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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교통사고 피해 경험

by PhD

2023.08.06 오후 22:07

블로그를 시작한 이후 거의 처음으로 하는 개인적인 이야기며 투자 관련 이야기가 아닙니다.

올해 초에 직접 겪었던 교통사고 이야기 입니다. 기분 좋은 이야기가 아니라 마음이 좀 무겁습니다.

하지만 교통사고의 위험은 누구에게나 노출되어 있는 반면, 생각보다 대처 방법은 찾아도 잘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저라도 경험을 공유해보고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조금은 긴 글이 될 것 같습니다.


올해 설 명절이 일주일 지난 2023년 1월 29일 일요일 오전 8시 30분경 굉장히 큰 사고를 당했습니다.

위 사고 차량은 저와 가족이 타고 있던 차입니다. 사고의 경위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좌회전 차선 대기 중

  2. 좌회전 신호에 맞춰 앞선 한 대의 차량이 유턴, 두 대의 차량이 좌회전 후 본 차량 좌회전 차선 진입

  3. 전방에서 가해자 차량이 신호위반하여 교차로 진입

  4. 교차로 한 가운데서 본 차량과 신호위반한 가해 차량이 충돌

사고 당시 운전석과 조수석 에어벡이 모두 터졌습니다. 충돌 방향이 조수석 쪽이었던지라 조수석 문이 찌그러져 열리지 않았습니다. 안그래도 사고 충격으로 정신이 없는 와중에 조수석 탑승자인 저는 운전석 쪽으로 힘들게 내려야 했습니다.

다행이 화재나 추가 충돌과 같은 2차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보시는바와 같이 차는 수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 폐차를 했습니다.

사고 직후 119 구급대원분들이 피해자인 저와 저의 가족을 인근 대형 병원으로 호송해주셨고, 정밀 검사를 받았습니다. 당시에는 충격과 고통이 상당했습니다만, 결과적으로 천만다행으로 차량 피해 정도에 비해 인적 피해는 경미한 수준이었습니다.

사고의 원인은 전방에서 신호위반을 한 가해차량임 명백했습니다.

충돌할 때 불현듯 상대편이 음주운전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가해차량의 운전자는 혈중알콜농도 0.188%의 만취 상태였습니다.

신호위반은 12대 중과실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으로 다뤄지고 있는 반면 음주운전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볍률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위 법률에 따라 음주운전은 민사사건이면서 동시에 형사사건입니다.

민사사건에 대한 부분은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모든 보상을 해주고 사후에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합니다. 보험사는 형사사건은 관여하지 않습니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음주운전사건은 손실이 없기 때문에 피해자가 원하는 것을 최대한 친절하게 들어줍니다. 따라서 민사적인 부분은 어렵진 않습니다만 그렇다고 쉬운 절차도 아닙니다. 사고 피해자의 소득, 물질적 피해 규모 등을 금적적으로 잘 정리하여 상대방 보험사와 소통을 해야지 납득 가능한 합의가 가능합니다.

문제는 형사적인 부분입니다. 이는 경찰 - 검찰 - 법원에서 다뤄지며 많은 분들에게 생소할 것입니다.

음주운전의 심각성과 경각심에 대한 사회적·국민적 관심이 증가하고 수 많은 무고한 피해자고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일명 '윤창호법'을 통해 음주운전에 대한 형사적 처벌 강도가 올라갔습니다.

윤창호법이란 > 음주운전 > 법무법인 바로법률 (barlawk.com)

하지만 심해졌다는 처벌도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 법에 따르면 제가 당한 사고의 가해자는 "1년~2년 이하 징역 / 500 ~ 1000만원 이하 벌금"의 처벌을 받게 됩니다.

제가 경험을 해보니 물론 이것이 다가 아닙니다. 검사의 기소 시 구형을 하는 처벌과 판사가 선고하는 처벌에 추가적인 고려사항이 있습니다. 바로 "피해자의 피해 정도"입니다. 피해자가 적게 다쳤으면 처벌이 낮으며, 피해자가 많이 다쳤으면 처벌이 심해집니다. 그래서 피해자의 피해 진단 주수가 5주가 넘으면 가해자는 무조건 구속된다고 알고있습니다. 다행히 저와 제 가족은 신체적으로 크게 다친 곳이 없었기 때문에 피해 진단 주수는 2주로 사고 규모에 비해 굉장히 짧았습니다. 그래서 가해자는 구속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의 피해 정도가 심할 경우 가중 처벌되는 것은 이해가 갔지만, 피해자의 피해 정도가 심하지 않다고 처벌이 약해지는 것은 법을 모르는 입장에서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검찰은 최초에 가해자를 벌금 700만원 약식 기소를 했습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벌금이 700만원밖에 안되는 것도 이해가 안됐지만, 약식 기소는 정말 이해가 안갔습니다. 약식기소는 피고인(가해자)이 법원에 출석을 하지 않아도 되는 공판 없이 사건이 종료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죄질이 가볍다고 여겨진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습니다.

심지어 약식 기소된 것도 제가 법원에 연락하여 직접 확인을 한 것입니다. 검찰이나 법원은 피해자에게는 사건 진행 사항을 굳이 알려주지 않습니다. 이 역시 부당하다고 느꼈습니다. 경찰의 경우 사건 조사를 해야하기 때문에 연락이 옵니다.

무엇보다 제일 화가 났던 것은 가해자에게서 연락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사고 당시에 연락처 교환을 시도했지만 가해자가 만취 상태라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습니다.

정확히는 가해자의 변호사에게서 한 번의 연락은 왔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해자와 소통을 원치 않으니 필요한 경우 변호사께서 연락을 해달라 부탁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정말 최초의 한번 연락 왔던 것 이외에는 연락이 전무했습니다. 추측컨데 약식 기소이기 때문에 안심하고 넘어가길 바라지 않았었나 싶습니다. 가해자 입장에서는 너무나 잘된 일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제가 연락을 하여 합의 의사가 없는지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약식 기소와 가해측의 태도에 대해 화가 너무 많이 나서 변호사를 알아봤습니다. 음주운전+신호위반 교통사고기 때문에 100% 승소하는 경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역시나 승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금전적 이익 보다 변호사 선임 비용이 더 컸습니다. 그래서 변호사 없이 할 수 있는 최전의 방법을 찾았고, 그것은 탄원서 제출뿐이 없었습니다. 가해자의 죄질이 매우 무거우니 엄벌을 해달라는 탄원서.

저와 부모님 등 주변 분들 몇몇에게 부탁을 하여 총 5개의 엄벌탄원서를 제출했던 것 같습니다. 당연히 처음 써보는 탄원서라 시행착오도 있고 이것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회사도 가야하니 시간도 오래 걸렸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성격상 직접 제출을 했기 때문에 법원도 직접 갔었습니다.

얼마 후 법원에 사건 일정을 문의했더니 구약식에서 구공판으로 변경됐다고 했습니다. 아무래도 엄벌탄원서가 효용이 있었지 싶습니다. 이를 확인한 바로 다음 날 가해자 변호사가 합의를 요구하는 연락이 왔습니다. 구공판으로 사건이 전환되니 조금 쫄렸던 모양입니다. 없던 합의 의사가 갑자기 생기다니.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가해측의 태도와 말도 안되는 합의금을 말하기에 선뜻 합의를 해주지 않았고, 지난 7월 구공판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 일정 역시 제가 법원에 연락해서 확인했습니다. 도대체 가해자가 어떤 배짱인지 궁금하기도 해서 저는 직접 공판에 참석했습니다.

정말 TV나 영화에서 보듯이 딱 이렇게 생겼더군요. 그치만 TV에서처럼 거창하지는 않았습니다. 10~15분 정도로 여러 개의 사건을 한 분의 판사님과 한 분의 검사님이 처리를 하고 계셨습니다. 조금 일찍 간 덕분에 다른 사건의 선고도 봤습니다.

저의 사건 시간이 되었고 가해자와 가해자 변호사가 입장을 했습니다. 의례적으로 보이는 진행사항대로 진행이 되고 변호사도 의례적인 변호를 했습니다. 음주운전 사건이 워낙에 흔한 사건임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래저래 많은 일이 있었고 신경도 많이 쓰고 있었는데 이제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음주운전 사고라는 것이 겪지 않아도 될 일을 겪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누구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그 사고의 심각성에 비해 아직도 많이 가볍게 다뤄지고 있다는 생각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음주운전 양형 강화해야” 한 목소리 (lawtimes.co.kr)

한 통계에 따르면 음주운전 초범의 경우 59%는 벌금형, 38%는 집행유예, 1.5%만이 실형을 받는다고 합니다. 초범들도 걸린 것이 처음이지 실제로는 처음 음주운전을 한 것이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너무나 많이 듭니다.

음주운전 사망사고 내거나 5년 이내 4회 이상 상습땐 車 뺏는다 | 세계일보 (segye.com)

경찰청에 따르면 음주운전 단속 건수는 2021년까진 감소하다가 2022년에 다시 증가했고 사고 건수는 특별한 추세 없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재범률이 40%가 넘는다는 것입니다. 역시나 음주운전은 한 번만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행히 저와 제 가족은 음주운전 피해로 크게 다치지 않았습니다. 정말 운이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많은 분들이 음주운전 사고 피해로 소중하고 사랑하는 가족을 잃기도 하고 크게 다치기도 하면서 평생을 힘들게 살아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살인이나 다름 없는 음주운전이지만 사회적 경각심이 현저히 낮고 처벌 수위도 터무니 없이 낮다고 느껴졌습니다. 음주운전의 뿌리가 뽑힐 일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억울하게 피해 보는 분들이 조금이라도 감소하는 방향으로 우리 사회가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두서 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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