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기

궁금한 종목명/종목코드를 검색해보세요

의견 보내기
의견 보내기
앱 다운
이용 안내

미국인과 일본인의 한국 대피훈련

by 메르

2025.04.02 오전 11:10

한번 언급한 적이 있는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중국의 대만 침공 이야기를 올린 김에 다듬어서 점심시간에 올려 봅니다.

부부가 한국에 와있는 미국인 친구가 있다.

나와 Co-sign을 하던 친구다.

Co-sign은 두 명이 동시에 승인해야 투자가 최종 결정되는 형식으로, 일종의 상호 견제장치다.

이 친구가 용산에서 광명 KTX 역 근처로 이사를 갔다.

원효대교만 넘으면, 10분 안에 여의도로 출근이 가능한 용산에 살고 있었는데, 출퇴근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리는 곳으로 이사를 간 것이다.

어차피, 회사 비용으로 월세를 내주기 때문에, 거리도 멀고 월세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광명으로 가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 친구는 출퇴근 거리가 5km에서 30km 정도로 멀어졌고, 출근시간은 한 시간 정도 늘어나게 되었다.

자녀들은 미국에 있고, 부부만 한국에서 생활을 하니, 교육문제도 아니고 불편한 이사를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 친구는 집결지가 달라졌다고 이야기를 했다.

예전에는 집 근처 용산 개리슨에서 모였는데, 이제는 평택 캠프 험프리까지 직접 운전해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평택이 아니라 부산으로 바로 가야 할 수도 있어서, KTX 역이 있고 출퇴근할 만한 거리에 있는 광명으로 이사를 했다고 한다.

미군은 1996년부터 매년 봄과 가을, "용기 있는 항해(Courageous Channel)"라는 한국 내 미국인 대피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1994년, 북핵이 현실이 되면서 시작된 대피훈련이다.

이 훈련은 전쟁이 예상될 경우 미국 시민들을 대피시키는 NEO(Noncombatant Evacuation Operation) 프로그램을 연습하는 것이다.

수많은 미국인을 한꺼번에 한국 국외로 대피시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29년간 거의 매년 2번씩 연습을 하고 있다.

보통은 평택에 집결하는 것으로 끝을 내는데, 한번씩은 50명정도 지원자를 신청 받아서 일본까지 실제로 가기도 한다.

대피하는 사람들은 등급이 있다.

1순위는 주한미군의 배우자와 자녀, 한국에서 일하는 미국 공무원 등이 대상이고, 개와 고양이까지는 동행할 수 있다.

애완동물을 대피 대상에 포함시킬 것이냐,

포함시킨다면 어디까지 포함시킬 것이냐로 미군 내에 치열한 논란이 벌어졌고,

결국 개와 고양이에 한정해서 가족의 일부로 보고 대피 대상에 포함하기로 결정된 것이다.

이들이 대피하라는 연락을 받으면,

3일분의 비상식량과 물, 트랜지스터라디오, 만성질환자의 경우 한 달분의 의약품, 현금, 침낭이 포함된 1인당 27kg 이하 개인 물품을 가지고 평택 미군 기지로 모이게 된다.

이 친구는 상하지 않는 에너지바, 생수, 라디오, 한 달분 혈압약, 달러, 여권, 침낭으로 기본적인 배낭은 미리 싸놓은 상태라고 한다.

평택 미군 기지로 들어가면, 대피 대상자가 맞는지 신원을 확인한 후 팔찌형 신분증을 받고, 헬기로 부산 김해공항으로 이동을 한다.

팔찌형 신분증은 바코드 인식과 위치파악이 되게 되어 있다.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바코드 스캔을 반복해서 수행하면서 본인확인을 하게 된다.

부산 김해공항에 도착하면, 미국 수송기로 갈아타고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하는 코스다.

이것을 비행기를 통한 탈출(fly-away)이라고 하고, 1순위가 대피하는 방법이다.

2순위는 미국 시민권자와 미국 시민권자의 가족이다.

이들은 평택 미군 기지에서 팔찌형 신분증을 받는 것까지는 동일하고, 열차로 부산으로 이동을 한다.

전면전을 감안해서 한미연합사령부가 작성해둔 작전계획 5027에는 이들을 수송하기 위한 수십 편의 열차가 계획에 포함되어 있다.

열차로 부산에 도착하면, 배편으로 일본으로 이동하게 된다.

부산으로 바로 집결하는 것도 가능해서, 평택으로 가지 않고 KTX로 부산으로 바로 내려가는 것도 염두에 두게 된다.

이것을 수송선박을 통한 탈출(sail-away)이라고 하고, 2순위가 대피하는 방법이다.

주한미군은 1,2순위의 탈출 방법을 통해서 미군을 제외한 한국 내 모든 미국인을 5일 안에 국외로 대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인은 좀 다르다.

부산까지는 알아서 집결하게 되어있다.

개인이 KTX 등을 알아서 타고, 부산에 내려와서 준비해둔 수송선으로 일본으로 이동하는 식으로 계획이 잡혀있다.

대피 대상에 대한 통지는 기본적으로 문자메시지와 자동발신 전화가 사용된다.

하지만, 단순 여행객으로 전화번호 등록이 되지 않았든지, 통신량 폭증 등으로 연락이 안 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라디오 방송을 추가로 하게 된다.

1975년 4월, 찜통이던 무더위에 베트남 라디오 여기저기서 "화이트 크리스마스"노래가 흘러나왔다.

이 노래를 듣고, 미국인들은 재빠르게 짐을 싸서 약속된 지역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미군이 베트남 내 미국 시민권자에게 보내는 탈출 신호였던 것이다.

한국에는 미국 방송인 AFN이 있다.

통신장애가 일어나도, 단파 라디오는 수신이 가능하다.

이 친구 말로는 개별 연락을 받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AFN에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계속 틀어댈 것이라고 한다.

그 친구에게 "너는 내 인간 경보기다. 아침에 안 보이면 신경 쓰이니 오전 반차도 쓰지 마라"며 농담을 하고는 했는데, 미국으로 돌아갔다.

인간 경보기가 사라져서 아쉽다.

한 줄 코멘트. AFN은 과거 AFKN으로 불리던 방송이다. 스마트폰 앱에 AFN go로 다운로드해서 들을 수 있다. 출퇴근 시간에 틀어놓으면, 영어 공부도 된다. 미국인들이 제멋대로인것 같아도, 안전과 관련된 일에는 규정을 잘 지키는 것에 가끔 놀라게 된다.

Disclaimer

  • 당사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콘텐츠에 수록된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로서, 당사 및 크리에이터는 그 정확성이나 완전성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어떠한 경우에도 본 콘텐츠는 고객의 투자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에 대한 증빙 자료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 모든 콘텐츠는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나 간섭없이 크리에이터의 의견이 반영되었음을 밝힙니다.

메르

파머

콘텐츠 7211

팔로워 12380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정리해 봅니다. 네이버 메르의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댓글 0
0/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