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종류의 에세이는 아니지만, 당분간 책에 편식하지 않기 위해서 읽어 보았다. (몇년 간 경제/주식서적에 몰빵...)
내용은 크게 어렵거나, 복잡한 철학이 들어가 있는 서적은 아니어서 쉽게 쉽게 쉽게 읽었다. (2시간도 걸리지 않은것 같음)
책의 내용은 간단히 적자면, 두 명의 부산출신 여성들이 서울에 상경하여 이렇게 저렇게 독립적인 생활을 오랜기간 유지하다가, 일정기간 서로를 관찰하면서, 같이 살면 좋겠다는 생각에, 결국은 동거를 하는 것에 대한 과정과 서로의 감정에 대한 내용들인데... (동거는 여성 둘, 고양이 네마리)
둘이 동거하기 이전에, 남녘 부산땅에서 상경하여 몇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집 저집을 옮겨다니는 시절은 얼마나 많은 감정이 생겼을까? 그런 생각도 잠시 들었다. (애처로움, 외로움, 고독감, 서러움, 자기공간에 대한 갈망 그리고 때로 느껴지는 그녀들의 자유로움이 혼자 망상속에서 유추가 된다, 잠시 머무르는 출장으로 그녀들과는 분명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과거에 자주 다니던 해외출장에서 밤마다 자유롭기도 하면서, 허전하기도 하면서, 내일을 준비해야 되는 그런 날들이 생각이 났다.) 서울에 가서 자리를 잡던 선배들도, 친구들도 그런 감정을 때로는 쓸모없이, 때로는 사무치게 느끼고 했을 것 같다. 저자들 주위에 친한 친구? 동료? 들이 있어 어떤 아지트 (망원호프) 같은 공간이 있는것은 부럽기도 하였다.
미니멀리스트(깔끔쟁이) + 맥시멀리스트(어지럼쟁이)의 조합은 신기했다. (나라면 분명히 완전 개빡쳐서 미쳐버렸을거다)
과거 첫직장에서 교육을 한다고 서울에 약 2주간 머물렀는데, 서울에서 대학을 나온 친구의 자취집에서 머물렀다.
문제는 너무나도 더럽고 더럽게 사는 친구지만, 2주간 낑겨살아야 되는 입장에서 뭐라 크게 말도 하지 못했다.
아래의 문장을 보면서 과거의 생각도 조금이나마 들었다.
냉장고 얘기만으로도 이 글의 반 정도는 채울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냥 채소통에서 비닐봉지에 싸인 미끌미끌하고 거무죽죽한, 거대하고 신비로운 굴을 꺼내 버리는 것으로 냉장고 청소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회사에서 교육을 마치고 오면 매일 밤 마다 청소를 해주었는데, 방바닥은 찐득찐득 달라 붙고, 냉장고는 부패된 음식이 가득하여, 거기에는 개미들이 있었다. 친구도 사람인지라 개미가 가득한 냉장고는 보기 싫었는지, 친구는 냉장고를 여름에도 사용하지 않았다. 화장실은 당연히 개판이었고, 집안 곳곳은 아무리 환기를 하여도 남성 특유의 냄새는 사라지지 않았다. (더욱이 환기도 잘 되지 않았던 집이었다). 청소가 불가능한 집이였지만, 매일마다 청소를 하였고, 퇴근을 하고 11시-12시 가량 오던 친구는 (국내 금융지주사에서 그때는 정말 개같이 미친듯이 일하더라. 그는 매 직급마다 최연소,최단기 승진을 하였다) 매일 밤마다 감탄을 하였고, 몇번 밥을 사준 기억이 나는것 같기도 하고, 안나는 것 같기도 하다. (거의 20년전이니...)
나는 1박2일에 걸쳐 베란다를 물청소하고 신발장 배치를 편리하게 바꾸고 완전히 못 쓰게 된 신발들을 버렸다. 출장에서 돌아온 황선우는 베란다 문을 여는 순간 러브하우스 의뢰인이 짓는 표정을 그대로 나에게 보여주었고, 깨끗해진 주방에서 세계최고로 맛있는 파스타를 만들어주었다.
아무리 환기하고 환기하고, 청소하고 청소하여도, 사라지지 않는 노총각 특유의 분위기와 냄새를 생각한다면, 30대초반까지는 젊음이 방패막이 되어 너무 궁상스럽지 않겠지만, 아무래도 남자 둘이 동거하는 것보다는, 여자 둘이 동거하는 것이 왠지 더 보기좋고, 더 깔끔하고, 더 쾌적할것 같기도 하다.
결혼이 아닌, 동성간의 동거역시 다양한 삶의 한 부분이니 존중받아야 되겠지만, 일부내용은 나와는 결이 맞지 않는것 같기도 하고,
분명히 동거생활에 단점도 많을 것인데, 단점보다는 장점을 억지로 조금 더 부각시킨 느낌도 생긴다. (굳이 억지로 조금 부각시키면, 주식 억지 종목Sales느낌이라고 해야 되나?)
두분 모두 (한번은 카피라이터, 한분은 잡지사 근무) 직업이 글과 관련된 직업이라 그런지 확실히 가독성 있는 글들을 적어 낸 것 같다.
좋은 문장 몇개는 발견을 하였으니, 독서의 가치는 생긴것 같다.
큰 대출을 얻고 또 갚아보면서 내 배짱은 아주 조금 도톰해졌다. 또 하나 배운 교훈은, 자신이 두려워하는 뭔가를 영원히 피해 다닐 수 없다면 제대로 부딪혀볼 필요도 있다는 거다. 늘 머물던 안전지대 밖으로 한 걸음을 내딛어보면 세상에 생각해온 것만큼 큰 위험이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어쩌면 겁쟁이일수록, 위험한 상황을 좀처럼 만들지 않는 자신의 본능적 감각을 믿어봐도 좋을지도 모른다. 조금 대담해진 쫄보는 오늘도 라니스터에게 배운다. 빚은, 지지 않는 게 아니라 잘 갚는게 중요하다
세수 수건 열 장, 큰 목욕 수건 두 장, 색깔은 흰색으로 통일이다. 연말에 미리 사두었다가 1월1일이 되면 수세미, 샤워볼, 칫솔, 비누, 부엌 리넨 등등과 함께 한꺼번에 교체한다. 원래 쓰던 물건들은 청소용으로 쓰거나 버린다. 수건 열 두장을 사는 비용은 생각보다 저렴하다. (그렇게 때문에 로고를 찍어 기념품으로 그렇게들 많이 주는 것이다), 하지만 색깔과 크기가 통일된, 보드라운 수건 열두 장이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지대하다. 쓸 때마다 나를 보살피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선반을 열 때마다 반듯한 생활이 시각적으로 증명된다. '수건의 유통기한은 언제까지인가?'라는 질문에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그건 당신이 수건을 바꾸는 순간까지다.
매일 리스트에 올릴 음악을 한 곡씩 선정해서 더할 때마다 언젠가 부산 또는 어딘가의 바닷가에 생길 흥 나는 술집을 떠올려본다. 서울의 일상에 한 곡 분량 정도의 바다가 끼어든다.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려볼 때마다 그 미래에 한 걸음씩 다가가는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어찌 보면 이것도 우리의 노후 계획이다. 사람들은 연금보험, 부도산, 자식에게 투자 등 각자의 방법으로 노후를 준비한다. 우리는 하루에 한곡씩 음악을 쌓으면 노후를 그려본다. 그 술집이 실제로 생기든 그렇지 않든, 매일 그곳을 그려보며 즐거워하고 있으니 이미 남는 장사다.
노화라고는 피부 노화밖에 모르던 나였는데! 근육이 튼튼해야 또 여기저기 관절을 다치는 일이 없을 거라는 그날의 진단 때문에, 약을 복용하고 주사를 맞듯 재활하는 웨이트 트레이닝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10년쯤 지난 지금은 깨닫는다. 그때 바닥을 치고 올라오지 않았더라면, 물에 젓는지도 모르고 서서히 가라앉았을 거라고. 몸을 강하게 만들 필요를 알고 또 몸을 사용하는 재미를 느끼는 길에 늦게라도 접어든 것은 다행스럽다. 지금은 돈만큼이나 근육을 모으는 일이 중요한 노후 대비라고 여기게 되었고, 무엇보다 운동의 즐거움을 귀찮음과 겨뤄볼 만하다는 걸 아니까.
어떤 사람이 수영장 레인 끝에서 끝까지 숨을 참고 단번에 헤엄쳐 가는거야. 저 사람은 참 대단하고 멋있구나 싶었는데 나는 그리 못할 것 같았어, 절대로 숨을 도저히 못 참을 거 같더라고. 그런데 어느 날 한번 결심을 하고 나도 되는데까지만 가보자, 했더니만 끝까지 갈 수가 있더라고, 숨 한번도 안 쉬고 말이야.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응? 그러니까 뭐든 안 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한번 해보는 것도 좋아.
언젠가 읽은 뇌과학 서적에 따르면 이런 부정적인 생각들은 두뇌 속 폐쇄회로 같은 곳으로 유입되고 사라지지 않고 쳇바퀴 돌듯 이어진다고 한다. 게다가 더 많은 부정적인 생각들을 쳇바퀴로 끌어들인다고 했다. 그런 밤이면 새벽까지 잠들지 못했고 다음 날은 종일 뻑뻑한 눈으로 피곤을 달고 지냈다.
두분이서 같이 집은 채광도 좋고, 책상과 거실도 대단히 멋지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나의 거실도 저런식으로 (고급위스키와 함께...) 꾸며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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