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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버핏은 왜 삼성전자가 아닌 TSMC를 샀을까?

자꿈두

2023.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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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수인 의견

몇 년 전에 버핏이 (기술주를 좋아하지 않음에도) 왜 애플을 샀을까에 대한 고민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저 나름대로의 결론은 애플은 1)재구매율이 매우높다 2)하드웨어와 그를 활용한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갤럭시+구글플레이 스토어 느낌) 였습니다. 1) 2)와 같은 이유라면 제품이나 기술에 대한 지식이 충분하지 않아도, 충성도가 높은 고객과 매력적인 사업구조가 투자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버핏은 생활 필수품을 좋아하기도 합니다. 범위를 확장하면 반도체도 범주에 속할 수 있습니다. 해당 보고서는 (버핏의 생각인지 알 수는 없지만) 핵심 위주로 잘 설명되어 있는 듯 합니다.

반도체 산업의 개념이 생소한 분들을 위해 링크 더합니다.

https://lazymoon1027.tistory.com/17 (문제가 될시 삭제하겠습니다.)

투자자는 기술에 대해서는 투자할 수 있을 만큼 공부, 산업 관련 자료는 꼼꼼하게 공부하는 것이 효율적일 듯 합니다 (저는 과거에 몇 번을 읽어보아도 기술 자체는 알기가 어려웠습니다). 

※ TSMC ADR 정보 (티커 TSM)
   - 주주현황에서 버크셔 해스웨이 확인 가능

 

 

 

우리나라 국내 주식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투자하는 주식 중 하나는 삼성전자입니다. 따라서 삼성전자 사업구조와 경쟁자에 대해 투자자들은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삼성전자의 여러 사업부문 중 최근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사업은 바로 파운드리 사업입니다. 그 파운드리 사업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기업이 바로 TSMC입니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큰 시가총액을 갖고 있는 기업이기도 합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시장에서도 1위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고 사업부도 다양하게 분화되어 안정적인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는 회사입니다. 반면 TSMC는 파운드리 사업에만 집중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둘 다 매력적이긴 회사이지만, 22년 3분기 버크셔 해서웨이가 TSMC에 투자했다는 뉴스가 들려왔습니다. 투자규모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갖고 있는 지분 중 1.39%, 41억 달러 규모입니다. 물론 아직 4분기 보유내역을 공개하기 전이기 때문에 버크셔 해서웨이가 이후 TSMC 지분을 늘렸을지, 줄였을지는 알지 못합니다만 적어도 왜 저 시점에서 삼성전자가 아닌 TSMC를 선택했는지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1. 워렌버핏은 기술주를 좋아하지 않는다

버핏은 일반적으로 기술주를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2010년 이후 버크셔 해서웨이에게 가장 큰 수익을 가져다 준 것은 다름 아닌 기술주 애플입니다. 그런 버핏이 이번에도 TSMC라는 반도체 회사를 투자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의문을 갖을 것입니다. 또 버핏이 기술주를? 과거 버핏은 기술주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를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어떤 기업이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 예측할 수가 없고, 자기 자신이 기술에 대한 이해를 잘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단적인 예로 2011년 버핏이 투자한 IBM은 지난 10년간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였습니다. TSMC 역시 첨단 반도체 업체이기 때문에 지금의 버핏이 쉽게 이해할 수 있을만한 산업이 아닐 것으로 판단합니다. 따라서 TSMC를 투자한 버핏은 반도체 기술에 대한 이해보다 다른 이유에 의해 결정을 했다고 판단됩니다.

 

2. TSMC의 경제적 해자

경제적 해자는 워렌 버핏이 연례보고서에서 이야기했던 투자아이디어로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 척도로 분류되는 투자아이디어입니다. 경쟁사가 해당 시장에서 쉽게 점유율을 가져갈 수 없는 척도입니다. 가격 경쟁력을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해당 기업이 경쟁사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생산해내지만, 동일한 품질을 만들어낼 수 있다던가, 비슷한 가격의 제품을 만들지만 품질이 월등히 좋다면 가격 경쟁력이 있다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겠죠. 단적인 예로 인텔이 있습니다. 인텔은 비슷한 가격 대비 높은 성능을 내는 CPU를 생산해내어 PC시장과 서버시장에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를 보였습니다. 당시 인텔은 경제적 해자를 갖고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높은 매출 성장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AMD가 같은 가격으로 훨씬 더 좋은 CPU를 시장에 내놓음으로써 인텔의 PC시장 점유를 끌어내렸습니다. 인텔은 경제적 해자를 잃은 것이겠죠. 기술회사에서 경제적 해자를 이야기할 때는 가격 대비 얼마나 좋은 성능을 만들 수 있느냐가 되겠습니다. 아무리 브랜드 파워가 좋더라도, 기술력이 따라잡혀 가격과 성능을 모두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도태되는 경우가 부기지수이기 때문입니다.

Source : CounterPoint

현재 시점에서 분명 TSMC는 파운드리 산업에서 경제적 해자를 갖고 있습니다. 파운드리의 고객사는 Apple, NVIDIA, Qualcomm, AMD, Intel 등 미국의 대형 반도체 회사들입니다. 경쟁사는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이제 막 파운드리 사업을 시작한 미국의 Intel 등이 있습니다. 2022년 3분기 기준 TSMC의 시장 점유는 56.1% 이고, 2등인 삼성전자는 15.5%로 알려져있습니다. 점유율로만 봐서는 TSMC가 파운드리 산업 전부를 책임진다고는 못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TSMC의 압도적인 경쟁력을 알 수 있습니다. 일단 가장 큰 고객인 Apple의 반도체는 전량 TSMC가 수주합니다. 이 밖에 AMD나 Qaulcomm, NVIDIA 역시 TSMC에게 대부분의 물량을 수주하고 일정부분만 삼성전자에 위탁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대부분의 물량이 자사 시스템 LSI에서 발주받은 물량이기 때문에 사실상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영향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습니다.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시작하긴 하였으나, 5nm 이하 최첨단 반도체 위탁 생산을 할 수 있는 업체는 사실상 TSMC와 삼성전자 두 곳 뿐입니다. 따라서 현재 TSMC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경제적 해자를 갖고 있고 이 해자를 유지할 수 있다면 반도체 시장의 성장에 따른 과실은 TSMC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당연해보입니다. 전제조건은 언제까지나 이 경제적 해자를 유지한다면이긴 하지만요. 다음 격전지인 3nm 공정에서도 TSMC는 애플 등 대형고객들과 이미 긴밀한 협조를 하고 있고 상당 물량 수주했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그러나 3nm에서 삼성전자는 FinFET 이후 기술로 승부를 걸었고, 이 전략이 잘된다면 삼성전자가 TSMC의 경제적 해자를 위협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다만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애플의 대주주입니다. 누구보다도 애플의 사업구조를 잘 이해하고 있는 버핏이겠죠. 애플의 지출 구조를 샅샅히 확인하며 비용 절감을 더 할 순 없지 않을까 고민을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거기에서 아마 버핏은 TSMC의 프라이싱 능력을 확인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사실상 지금 TSMC를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TSMC의 위탁 생산 가격은 꽤나 비쌉니다. 애플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애플이 가장 큰 고객이기 때문에 다른 기업 대비 할인을 많이 해준다고 하더라도 거기에서 엄청나게 많은 마진을 남기고 있을 것을 버핏은 확인했을 것입니다. 따라서 버핏은 TSMC가 강력한 경제적 해자를 갖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 TSMC의 장기 성장 가능성

아무리 그 기업에게 경제적 해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산업이 성장하지 않는다면 그 기업의 매출 역시 성장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인플레이션율만큼은 성장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버핏은 시장 대비 초과이익을 달성하고 싶어하죠. 아마 그 누구도 반도체 산업 성장에 대한 의심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반도체는 경기민감주로 분리되어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이익의 변동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향후 10년, 20년을 바라볼 때 더 많은 제품에 반도체가 탑재될 것을 누구나 예측할 수 있을 것입니다. Semiconductor Foundry Market 2023에 따르면 2028년까지 파운드리 시장규모는 연평균 6.68%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합니다. 시장의 규모가 그정도 성장할 수 있고 경제적 해자를 그 때까지 유지할 수 있다면 더욱 규모의 경제가 발휘하여 순이익은 더욱더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Source : IC insights
 
실제로 파운드리 시장의 총 매출 성장률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11% 였습니다. 그러나 동기간 TSMC의 매출 연평균 성장률은 17% 이고, 순이익 연평균 성장률은 22% 였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산업의 규모가 커질 수록 경제적 해자를 유지할 수 있다면 TSMC가 가져갈 수 있는 이익의 크기는 커질 수 있습니다.
 
4. 밸류에이션 관점
아무리 기업이 좋게 전망되더라고 하더라도 시장 적정 가치대비 비싸게 거래되지 않는다면 버핏은 투자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버핏의 매수 평단가는 시점으로 봤을 때 주당 $75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물론 4분기에 추가 매수했다면 더욱 낮아질 수 있겠죠. 현재 TSMC의 거래가격은 주당 약 $86 수준으로 Fwd PER 기준 약 15배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버핏이 구매했을 당시에는 약 14배 정도에 거래됬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TSMC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지난 5년에 비해 앞으로 5년이 강하게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지 않는 이 시점에서는 비싸다고도 싸다고도 할 수 없을만한 밸류에이션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버핏이 구매한 것은 미국 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ADR 입니다. 이 ADR은 본주 5주와 한 주가 트레이드 되며 가격을 맞춰주는데요. 버핏이 구매했을 당시 미국 달러가 급격하게 강해지며 본주와 ADR의 스프레드(약 10%)가 벌어져 있었습니다. 강달러가 지속되며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TSM의 하락폭이 더 컸었던 것이죠.
 

지금은 달러가 다시 약해지면서 그 스프레드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버핏은 어느정도 안전장치를 두고 해당 주식을 산 것으로 보입니다.

워렌 버핏이 또 중요하게 생각하는건 주주들의 이익입니다. 재무에 표시된 순이익이 모두 주주들에게 귀속될 수 있는 돈이라면 머리아프게 주주들의 이익을 다시 계산할 필요가 없겠죠. 워렌 버핏은 주주들의 이익을 계산하기 위해 순이익에서 장부상에서만 사라지는 현금인 감가상각비를 더해주고 미래에 회사에 투자할 돈인 자본적 지출(CapEx)을 빼주어 실제로 주주들이 가져갈 수 있는 이익을 계산합니다. TSMC는 지속적으로 CapEx를 할 수 밖에 없는 회사입니다.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고 거기에 첨단 반도체 장비를 넣어야 하는데 그 규모가 천문학적입니다. 이러한 형태의 기업을 사실 버핏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최근 3개년도(2019, 2020, 2021) TSMC의 순이익은 125억 달러, 201억 달러 그리고 234억 달러였습니다. CapEx 규모는 같은 해 각각 153억 달러, 180억 달러, 302억 달러로 천문학적 규모입니다. 연구개발비까지 합치면 2022년도에 TSMC가 사용한 금액은 420억 달러에 육박합니다. 내년에도 투자 규모가 320억에서 360억 달러 사이라고 이번 컨퍼런스콜에서 밝혔는데요. 이보다 더 큰 이익의 상승이 있다면 버핏 역시 TSMC를 좋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오너어닝 관점에서 약 8배의 상승을 보인데 반해 고점에서 큰 조정을 받은 후 주가는 7배가량밖에 상승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오너어닝이 지속해서 상승한다고 가정하에 주가가 현재 저렴하게 거래되는 것 같긴 합니다. 보통 주주들의 이익 만큼 주가가 성장해야 한다는 논리를 대입시키면 현재도 약 12.5% 가량 업사이드가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주주들의 이익이 증가한다면 주가 역시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5. 글을 마무리하며

개인적으로 버핏이 삼성전자보다 TSMC를 선택한 이유를 정리하자면 현재 TSMC가 파운드리 시장에서 갖고 있는 경제적 해자와 비교적 저렴하게 거래된 가격을 꼽을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는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있어서는 강력한 시장 점유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는 원자재 같은 성격을 많이 보입니다. 경기가 좋을 때는 메모리 가격이 상승해 마진이 많이 남기도 하지만, 반도체 업계에 불황이 찾아온다면 만들어내는 메모리 반도체가 재고로 계속 쌓일 수 있는 위험 역시 도래합니다. 따라서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어내는 것이 곧바로 매출로 연결되는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또한 가전제품을 파는 사업부나 모바일 부문에서 경제적 해자를 유지하고 있진 않습니다. 반면 TSMC의 파운드리 사업은 성격이 다릅니다. 고객사의 요구에 의해 반도체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주문이 된 상태로 반도체를 생산을 하기 때문에 반도체를 생산하는 즉시 매출과 연결됩니다. 이런 와중 가격 결정 능력 역시 TSMC가 갖고 있기 때문에 워렌 버핏은 TSMC가 훨씬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느꼈을 것 같습니다. 물론 TSMC의 강력한 도전자인 삼성전자가 그 경제적 해자를 따라잡을지는 버핏도 예측하기 힘든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분석한 버핏의 관점이 어느정도 맞다면 현재 시점에서도 TSMC는 12.5% 주가 상승 가능성(목표 주가 : $97.3)이 있으며, 그 경제적 해자를 유지하고 산업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가져간다면 연평균 10%의 추가 상승 또한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경제작 자유를 꿈꾸는 두바이에 살고 있는 자꿈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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