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금 대비 융자잔고 비율 (2008년 부터~)
SuperNova
2023.01.25
※ 편집인 의견 신용거래는 투자의 레버리지를 높이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레버리지가 이익에도 손실에도 적용되므로 상당한 주의를 필요로 합니다. 어떤 투자자산이든 빚으로 산 물건은 매매 회전율이 높습니다. 신용잔고가 크게 증가한 상태에서 주가 하락이 발생하면, 투매가 발생할 수 있고 주가 급락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반대로 생각하면, 신용잔고가 작은 종목은 매물이 적다 로도 이해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신용잔고는 매도 (5분) 대기 물량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핫 머니입니다. '빚이 늘어 난다' 라는 의미는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가 높다는 의미이고, 시장은 투자자에게 이럴 때마다 겸손함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난 정통 가치투자자야' 라고 자신하더라도 시장이 가격을 패대기 치면 견디기 어렵습니다. 역사적으로 급락이 발생하기 전에는 축제 분위기인 경우가 많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겠습니다. 과열을 판단할 자신의 도구가 있으면, 대응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이 글이 독자들에게 주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
월말에 지수 다음으로 보는 지표가 있습니다. 예탁잔고대비 융자잔고 비율입니다. 시장을 과열을 가늠하는 여러 가지 지표가 있지만, 제가 제일 신뢰하는 지표입니다. 빚을 내서 투자하는 사람들의 열정과 초조한 마음을 더 믿기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 고급스런 이유를 가져다 설명할 수 있겠지만, 단순하고 확실한 이유가 좋습니다. 저는 금융투자협회에서 다운 받아 직접 가공합니다.
※ 금융투자협회 통계 포탈 https://freesis.kofia.or.kr/
간단 배경지식
융자가 빚이라면, 투자자 예탁금은 담보입니다. 빚이 많더라도 담보가 두둑하면 별 걱정이 없습니다. 그래서 비율 ‘(신용거래융자+예탁증권담보융자)/예탁 잔고’로 계산해야 합니다.
참고) 신용융자는 담보가 없는 대출이고, 담보융자는 담보가 있는 대출입니다.
과거 사례로 보면 50%~60% 정도가 바닥, 100% 가 넘어갈 때 고점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융자잔고는 금액보다 속도(연평균 대비 상승률이 더 중요한 듯)가 더 중요합니다. 사람들은 천천히 움직일 때는 반응하는 속도가 느립니다. 그래서 갑자기 빚이 빠르게 증가하면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Practice
2008년부터 융자비율 추이를 설명하는 것이 의미가 있겠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 일본 대지진, 미중 무역갈등, 코로나 사태 등을 포함합니다. 융자잔고 비율은 과거 수치 기준 60% 아래가 대개 바닥이라 보입니다. 바닥 탈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이 정도면 물이 상당히 빠졌다고 할만한 수준이라는 의미입니다.
상단으로는 100%가 넘어가면 조심해야 되겠습니다. 빚으로 세운 탑은 금새 무너지기 쉽습니다.
투자자 예탁금이 2022년 1월을 고점으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지수는 2021년 하반기부터 슬금슬금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빚이 줄어드는 속도보다 예탁금이 줄어드는 속도가 빨라 신용잔고율은 상승하고 있습니다 . 최근 3년간 예탁금이 너무 급하게 오른 감이 있어 정상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단위: 지수(좌), 백만(우)
2008년부터 현재까지 (바닥이라 여겨지는) 융자비율이 60%미만일 때, 상황이 어땠는지 들여다 보려고 합니다.
1. 글로벌 금융위기
2008년 10월, 장기간의 상승을 끝내고 꽝!하고 터진 다음입니다. 융자비율이 급하게 빠집니다. 융자 합계 금액으로는 8월 말 7조 9000억원(융자비율 97%) 규모가, 2008년 10월 말 4조 7000억원(융자비율 47%) 규모로 줄어들었습니다. 겨우 두 달만에 3조가 넘게 빠졌습니다. 예탁금은 같은 기간 동안 2조 가량 증가했습니다.
시장이 슬금슬금 빠질 때는, 융자비율이 움직이지 않다가 시장이 급락하면서 급격하게 빠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지수는 2009년 부터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래 표로 보면 월별 자료라 드라마틱한 면이 덜 부각되는데, 실제로는 굉장했습니다. 1500포인트에서 약 890포인트로 지수가 단기간에 빠지고 약 2달의 소강 상태를 보인 후, 2009년부터 상승합니다. 견디기 매우 힘든 구간이었습니다.
특이한 점은 투자자예탁금은 지수가 상승하면서 점점 쌓이고 있습니다. 상승을 받아들일 준비는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예탁금이 쌓이고, 융자비율이 낮은 상태는 (수급적으로) 지수가 부담 없이 올라갈 만한 환경입니다.
*대출잔고 60% 이하구간 녹색 음영
2. 혼돈의 시기 (일본 대지진, 유럽 재정 위기 등)
2011년 10월 경입니다. 2011년 5월부터 융자비율이 하락해서 10월 말에 월간 단위로 저점을 기록했습니다. 지수는 9월에 저점(1644포인트)을 기록했습니다. 그 이후로는 융자비율도 지수상승도 그리 오르지 않았습니다. 시장은 이후에 장기간 횡보하였습니다. 박스피의 시작입니다. 박스피의 시작이었지만 개별주 투자하기는 (경험적으로) 괜찮았던 시기입니다.
2011년 기사를 검색해 보면 좋지 않은 기사들이 많습니다. 일본 대지진, 유럽위기, 리비아 사태, 한미FTA 협정, 김정일 사망 등 굵직한 사건이 많았습니다. 길게 보면 그리 대수롭지 않은 구간 같아도 꽤 혼돈의 장이었습니다.
예탁 잔고는 2009년에 비해 꽤 올라왔습니다.
3. 코로나
2017년 8월부터 융자잔고 비율이 100%가 넘기 시작했습니다. 월말 기준으로 2018년 11월 121.6%를 기록했습니다. 금융위기 때도 100% 조금 넘었는데(103% 수준), 과거 기준 좀 과한 수치인 듯 합니다. 2018년 11월 이후로도 줄곧 110% 전후를 기록합니다. 예탁금도 늘었지만 융자가 더 많이 늘어난 결과입니다.
100% 넘게 유지되었던 융자비율이 2020년 3월에 월간 기준으로 저점(51%)을 기록했습니다. 이 때의 특이한 점은 투자자 예탁금이 급격하게 늘어난 점입니다. 2019년 말 27조원 수준에서 2020년 하반기에는 60조원을 넘어버렸습니다. 담보가 아주 두둑해 져서 빚이 빚같이 보이지 않는 형상입니다. 융자합계액이 늘었음에도 예탁금이 더 많이 늘어서 비율이 낮게 유지되었습니다.
4. 현재
2022년 1월 말에 55.2%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3년간 급격히 늘어난 예탁 잔고가 줄어들면서 융자비율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2023년 1월 현재 융자비율은 과하지도 작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정상화 과정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3년간 예탁 잔고 상승과 거래 대금 상승은 기존 추세와 비교했을 때, 과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결론
지수가 서서히 하락하는 건 융자비율 변화에 큰 충격을 주지 않습니다. 융자비율이 높은 상태에서 급락이 오면 빚투에 의한 투매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할 때까지 시장 하락이 계속됩니다. 언제 반등할 지는 알수 없지만 과거 기준으로는 융자비율이 50% 이하로 내려간 적은 없습니다. 그리고 반등 후 어느 정도의 추세를 이어 갑니다. 100%가 넘어가면 적당히 조심해야 겠습니다. 빚에 의한 투자는 이 과정을 반복합니다. 참여자만 바뀔 뿐입니다.
투매에 동참해서는 자본시장에서 돈을 벌기 어렵습니다. 달리는 말에 올라타는 것도 어렵지만, 낙상할 것 같은데 붙들고 있는 것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하락이 오면 속이 쓰리더라도, 시장에 남아 있어야 과실을 누릴 수 있습니다. 대개 저 정도의 하락이 닥치면 정신적으로 좋지 않은 상태가 되는데, 좋지 않은 정신상태는 좋지 않은 선택을 할 확률을 높입니다. 좋은 종목을 보유하고 있다면, 때를 기다리고, 조금 늦게 팔아도 조금 늦게 사도 늦지 않습니다. 타이밍 보다는 올바른 선택이 더 중요합니다.
현금 비중 조절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마칩니다. 이론적으로는 물타기가 불타기보다 수익률이 훨씬 좋습니다. 싸게 많이 사서 쟁여 놓는 것 자체가 (언제 올지 모를) 상승대비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하락에 대한 대응이 장기성과와 시장에서의 생존을 결정한다고 믿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락도 버텨야 겠지만, 상승도 버텨야 합니다.
※ 편의상 소수점 단위로도 살수 있는 것을 가정하여 계산하였습니다.
해설) 하락 시, 평단을 낮추고 보유주를 늘여 놓았으므로 13.1의 가격에서 불타기와 수익률이 같아집니다. (-)33.3%의 고통은 훗날 수익에 대한 비용이라고 여겨야 합니다. 안 겪으면 좋겠지만, 시장에 계속 남아 있으면 자의든 타의든 안 겪기가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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